
△방향성 나노주름 PDMS 위에서의 염색체 펼침과 나노스케일 순응성 개념도
나노주름으로 액적 유동 조절해 염색체 분산·자매 염색분체 분리 향상
ACS Nano 게재… 염색체와 나노구조 표면 간 물리적 상호작용 규명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부총장 양지운) 생명정보공학과 이규도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박인수 교수 연구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Rashid Bashir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방향성 나노주름을 이용해 중기 염색체를 넓고 균일하게 펼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
염색체 도말(chromosome spreading)은 세포에서 추출한 염색체를 기판 위에 펼치는 과정으로, 핵형분석(karyotyping)과 형광 제자리 혼성화(FISH) 등 세포유전학 분석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핵심 전처리 단계다.
기존의 유리나 운모 등 평탄한 기판에서는 염색체가 좁은 영역에 뭉치거나 서로 겹치고, 자매 염색분체가 충분히 분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액적의 충돌과 건조 조건, 실험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 편차가 나타나 분석의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을 한 방향으로 늘린 상태에서 산소 플라즈마를 처리한 뒤 변형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방향성 나노주름 기판을 제작했다. 기판에는 깊이 약 10∼20nm, 주기 약 300∼500nm의 나노주름이 형성됐다. 연구 결과, 평탄한 기판에서는 고정액 액적이 방사형으로 퍼진 반면, 나노주름 기판에서는 액적의 운동량이 주름 방향을 따라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면서 염색체가 더 넓게 분산됐다.
연구팀은 고속 카메라 촬영과 COMSOL 기반 유동·입자 추적 해석을 통해 나노주름 표면에서 액적이 비대칭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주름과 평행한 방향에서는 유체의 운동량이 오래 유지되고, 수직 방향에서는 빠르게 감소해 액적 내부 염색체의 이동과 최종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 결과 나노주름 PDMS 기판에서는 유리, 운모, 평탄한 PDMS보다 염색체가 차지하는 전체 면적과 분산 반경이 증가했다. 특히 염색체가 주름 방향을 따라 더 멀리 퍼져, 나노주름이 액적 유동과 염색체의 최종 배치를 함께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자매 염색분체 사이의 평균 거리도 평탄한 PDMS에서는 0.77μm였으나, 작은 나노주름에서는 1.03μm, 큰 나노주름에서는 1.90μm로 증가했다. 이는 나노주름의 크기를 조절해 염색체의 분산과 염색분체 분리를 향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원자힘현미경(AFM)을 이용해 기판에 흡착된 염색체의 표면 구조도 분석했다. 그 결과, 염색체 표면에서 기판의 주기와 일치하는 약 300∼500nm 간격의 높이 변화가 관찰됐으며, 큰 나노주름에서는 염색체가 주름과 수직에 가까운 방향으로 놓일수록 표면 굴곡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를 염색체 내부 크로마틴 구조가 직접 관찰된 결과가 아니라, 액적 충돌과 흡착·건조 과정에서 연성 염색체가 기판의 주기적인 표면 지형에 부분적으로 순응하는 ‘기판 결합형 나노스케일 순응성(substrate-coupled nanoscale conformability)’으로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구조 기판을 단순한 지지체가 아닌, 액적의 이동과 염색체의 분산·흡착 형태를 조절하는 기능성 인터페이스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염색법이나 영상 분석 기술 개선에 집중한 것과 달리, 염색체 표본이 형성되는 초기 물리적 과정을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개발된 기술은 염색체의 겹침을 줄이고 자매 염색분체의 분리를 향상해 핵형분석, 형광 기반 염색체 분석, 고해상도 표면 분석 및 자동 영상처리를 위한 시료 전처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다양한 세포 유형과 실제 세포유전학 분석 과정에 적용될 경우 염색체 표본 제작의 정확도와 재현성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생명정보공학과 노석범·정다연 대학원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나노주름 기판에서의 염색체 펼침과 나노스케일 형태 분석을 수행했다. UIUC Rashid Bashir 교수, 고려대학교 이규도 교수, 연세대학교 박인수 교수는 교신저자로 연구를 공동 지도했다.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IF 17.3, JCR 상위 7%)에 지난 7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Nanowrinkled Interface-Coupled Metaphase Chromosome Spreading and Nanoscale Conformability’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기초과학연구사업,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강원 ANCHOR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대외교류팀